최근 미국의 상호관세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대미(對美) 수출을 이어가는 중소기업들의 부담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 특히 원자재와 제품 단가에 직접 반영되는 관세 부담은 수출기업의 마진을 줄이고, 나아가 신규 계약이나 해외 판로 개척에도 큰 제약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물류비 지원이나 정책자금 같은 실질적인 정부 지원을 가장 필요로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2025년 9월 초 ‘미국 상호관세 시행에 따른 중소기업 지원방안’을 내놨고, 이어서 수출기업·협단체와 간담회를 열어 정책이 현장에 제대로 안착할 수 있도록 논의했다. 그렇다면 이번 지원책에서 물류비 지원은 어떤 방식으로 마련됐을까? 실제 중소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제도를 하나씩 짚어본다.
미국 상호관세, 중소기업에게 어떤 의미?
지난 7월 말 한·미 협상 타결로 미국이 한국산 철강·알루미늄을 비롯한 일부 품목에 15% 상호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중앙회와 중기부가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 기업의 63.1%가 ‘부정적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미국 바이어가 가격 인하를 요구했다거나, 수출 계약이 줄거나 지연·취소되는 사례가 늘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국내 계약까지 줄어드는 현상도 확인됐다.
게다가 소액면세제도까지 폐지되면서, 해외 직구나 소포 형태로 수출을 이어가던 기업들 역시 추가 비용을 떠안게 됐다. 결국 이번 관세 문제는 단순히 ‘세금이 조금 더 붙었다’는 수준을 넘어, 유동성 악화와 가격 경쟁력 약화, 계약 지연, 신규 시장 개척 부담 증가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기업들이 가장 원한 건 ‘물류 지원’
이번 조사에서 기업들이 가장 시급하게 꼽은 지원책은 물류 지원이었다. 전체 응답의 73.2%가 물류 지원을 요구했는데, 이는 관세 자체는 기업이 바꾸기 어려운 영역인 반면, 물류비 절감은 정부 지원 효과를 비교적 빠르게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남아나 유럽 등으로 수출국을 다변화하려면 추가 물류비가 필연적으로 발생했고, 미국 시장 내에서도 배송 속도와 물류 안정성이 경쟁력의 핵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물류비 지원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시장 진입의 성패를 좌우하는 조건이 됐다.
정부의 물류비 지원책: 바우처부터 전용센터까지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물류 지원을 크게 강화했다. 우선 기존 4,200억원 규모의 수출바우처에 더해 105억원 규모의 ‘물류바우처’를 새로 만들었다. 국제운송비 지원 한도도 3,0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두 배 늘렸고, 관세 피해기업의 경우 정부 지원 비율을 최대 50%까지 확대했다.
또 미국 현지에는 화장품 전용 물류센터 2곳을 새로 구축했다. 화장품은 K-뷰티를 대표하는 수출 주력 품목인 만큼, 현지 소비자에게 더 빠르게 배송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 기업들이 해외 마케팅을 펼치고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는 속도가 한층 빨라지도록 했다.
이와 함께 맞춤형 물류 컨설팅과 정보 제공도 강화했다. 중기부와 관세청이 협업해 관세와 물류 관련 정보를 통합 제공했고, 이를 15개 수출지원센터와 중기중앙회, 각종 협·단체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품목별 컨설팅도 확대해 기업이 혼자서 복잡한 물류와 통관 절차를 감당하지 않도록 도왔다.
물류 지원과 함께 묶이는 추가 지원책
물류비 지원은 단독으로 끝나지 않았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자금 지원, 시장 다변화 전략, 규제 대응과 함께 패키지로 묶어 추진했다.
우선 총 4조6,000억원 규모의 정책자금과 보증을 긴급 투입했고, 수출다변화 특례보증은 기존 3,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확대했다. 시장 다변화를 위해서는 글로벌 사우스와 같은 신흥시장 진출 지원은 물론, 미국 내 경제단체와 협력한 바이어 매칭, 신규 전시회 참가 지원 등이 포함됐다. 규제 대응 차원에서는 EU 전자기기 보안 규제나 위조상품 문제와 같은 비관세 장벽에도 컨설팅과 현지 협력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중소기업이 이 제도를 활용하려면 수출바우처 사업이나 중진공 정책자금과 같은 기존 프로그램에 참여 신청하는 것이 기본이다. 물류바우처도 수출바우처와 연계해 진행되므로, 기존에 바우처 경험이 있는 기업들은 비교적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
또한, 관세청·중기부가 제공하는 온라인 채널과 수출지원센터를 통해 관세 정보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신속 전달 체계’이기 때문에, 정보를 먼저 파악한 기업일수록 지원을 빠르게 받을 수 있다.